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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eidoscope(만화경)
- 신중덕 Solo Exhibition
본 전시는 2014년 갤러리이안의 기획 초대전으로 작가 신중덕의 최근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작가는 최근의 ‘Kaleidoscope(만화경)’이라는 주제의 연작을 통해 지금껏 그가 고민하고 연구했던 모든 것들이 그만의 예술적 감성으로 응축되고 망라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올가을 후학 양성의 길을 마무리 짓는 ‘정년’을 맞이하는 작가에게 있어 그간의 연구를 갈무리 하는 의미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이제 또 다른 모습의 작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그가 작품을 통해 관객과 무엇을 같이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은지에 대해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
▶ 전시개요
1. 전시일정 : 2014. 5.22(목) ~ 5.31(토)
2. 전시장소 : 갤러리이안
3. 전시부문 : 회화
4. 전시작가 : 신중덕
5. 홍보 : 지역 언론, 방송사, 미술관, 갤러리, 대학교 등
* 오프닝 행사 : 2014.5.22(목) 오후 6시 50분
* 작가와의 대화 : 추후 공지
▶ 전시서문
만화경(Kaleidoscope) - 전일적인 세계의 끝없는 변주
정은영 (미술사학 박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물질에서 리듬으로, 리듬에서 만화경으로
신중덕 작가의 근작인 <만화경>은 갖가지 색채의 다양한 패턴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시각적인 도구에서 그 이름을 빌어 왔다. 19세기 초 스코틀랜드의 한 물리학자가 발명한 컬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는 어원상 kalos 즉 ‘아름다운’이라는 의미와 eidos 곧 ‘형상’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아름다운 형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구’를 지칭한다. 단 한 번도 똑같은 색 무늬가 나타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여 동양에서는 이를 만화경(萬華鏡)이라 부른다. 작가는 자신의 <만화경>에서 미립자로부터 대우주에 이루는 삼라만상이 신기루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생멸(生滅)의 원리와 사태를 조형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구조적인 원리와 현상적인 사태 모두를 포착하고자 하는 사뭇 거대한 기획이다. 구조와 현상이라는 이원적 구성으로 읽히는 신중덕의 <만화경>이 궁극적으로 양자 모두를 아우르는 전일적(全一的)인 생성의 원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0여년에 걸친 그의 창작의 궤적을 주목해야 한다. 한 세대에 이르는 그의 회화적 탐구가 그려온 궤도와 흔적은 형식상의 변화를 하나로 이어주는 내적인 일관성을 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비정형에 가까운 추상회화에서 일종의 ‘물질의 쇄도’와도 같은 무채색의 거친 마티에르를 강조하며 생명의 원초적인 힘을 탐구하던 그는, 2000년 전후 한층 경쾌하고 밝은 색조의 패턴을 반복-조합-중첩시켜 전체 화면을 뒤덮은 단색조의 전면화를 선보이더니, 곧이어 그 위로 꽃이나 돌 혹은 사람의 형상을 출몰시키며 생명의 리듬을 탐구하는 작업에 이르렀다.
이 긴 여정 끝에 최근 도달한 것이 단단한 구조 위에 순간적인 현상이 흔들리는 <만화경>연작이다. 거시적으로 조망하면 물질에서 생명의 리듬으로, 생명의 리듬에서 우주만물의 원리와 사태로 전개되어온 양상이다. 그러나 현재의 <만화경>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가 떠나온 물질의 세계와 생명율의 박동이 그 안에 고스란히 내재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구조와 현상이라는 이중적 구성에서 이원론적인 세계관 대신 전일적인 존재론을 확인하게 되는 이유다.
구조와 현상 사이
“시간이란 무엇인가? 만약 누구도 이 질문을 나에게 던지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시간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려는 순간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가 『고백록』(c. 397)에서 언급한 시간의 아포리아다. 이는 물리적인 시간(시계, 달력, 연대기 등으로 공간화된 직선적인 객관적 시간)과 현상학적인 시간(체험적이고 복합적이며 측정불가능한 비[非]선적인 주관적 시간) 사이의 괴리, 즉 인식대상으로서의 개념적인 시간과 실제로 체험되는 현상학적 시간 사이의 괴리에서 기인한 심오한 난제이다. 시간의 아포리아가 결국 철학 자체의 아포리아가 된 까닭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언어학에서 탄생한 20세기의 구조주의가 초시간적이고 정적인 구조 개념으로 인해 비판을 받아온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시간이라는 요인을 제거해버린 구조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인식의 영역에 안주한 채 구체적이고 체험적인 현상의 장으로부터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이다. <만화경>의 구조와 현상은 시간의 아포리아에 대한 현답(賢答)을 제시하는 듯하다. 일차적으로 작품은 추상적인 구조를 바탕에 두고 그 위에 구체적인 현상을 드리워놓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구조와 현상 사이에 부단한 상호치환을 가하여, 추상적인 구조를 지극히 견고한 물질적인 실체로, 구체적인 현상을 끊임없이 흔들리는 비물질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놓았다. 이 둘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구조와 현상은 시간의 켜와 결에 다름없다. 우리의 고유어에서 켜는 층이고 결은 무늬인데 전자가 시간을 두고 쌓인 퇴적이라면 후자는 그 퇴적이 만들어낸 바탕의 상태를 뜻한다. <만화경>에서 시간의 켜가 쌓인 구조는 모과를 잘라 얻은 단면들을 일정한 모듈로 삼아 이를 조합하고 켜켜이 중첩시켜 얻은 결과다. 그러나 작가는 이 단면들을 단순히 쌓아올리지 않고 붙였다가 다시 떼어내는 데콜라주(décollage)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마치 퇴적과 침식을 거쳐 형성된 듯한 거대한 엔트로피의 망(網)을 펼쳐놓았다. 질서정연한 그리드 구조에 균질적인 무질서의 흔적을 덮어놓은 것이다. 한편 <만화경>에서 시간의 결을 드러내는 현상은 그 퇴적-침식의 망 위에 드리워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로부터 자라났다고 할 수 있는, 나무나 꽃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부피가 제거된 세밀한 선묘로 새겨진 형상은 신묘하게 흔들리거나 진동하며 고정된 형태를 거부한다. 그러나 흔들리는 형상이 드러내는 수많은 결들은 결코 무질서한 혼돈으로 치닫지 않고 그 자체의 질서정연한 무늬와 구조를 띄고 있다. 가시적인 무질서가 비가시적인 원리로부터 출현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해탈을 꿈꾸다
작가는 의식에서 나온 구조를 다시 물질적인 세계로, 사물에서 출발한 현상을 다시 탈물질의 영역으로 돌려보내며, 이 모든 것을 의식과 사물의 흔적으로 제시한다. 흔적은 이미 그 자체로 시간성을 배태한 것이 아니던가. <만화경>은 구조와 현상, 의식과 사물, 실체와 그림자 등 이 모든 것이 시간 속에서 진동하며 하나로 통하는 전일적인 세계를 담고 있다. 무중력 상태에서 피었다가 사라지는 듯한 <만화경>의 현상은 모든 존재의 생성과 소멸이 인(因)과 연(緣)의 화합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연기론(緣起論)에 근거한 관계론적인 구조의 산물이다. 하여 그 구조 또한 인과 연에 의해 쉼 없이 움직이고 미세하게 진동하며 형상을 통해 드러나고 동시에 사라진다. ‘만화경’은 이 피고 지는 모든 것들이 순간 속에서 맺는 관계요, 그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생멸(生滅)의 광경이다.
구조와 현상을 겹치고 또 겹치며 작가는 그 속에서 자유와 해탈을 찾는다. “어느 날 모든 것들이 차원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변화한다는 것을 돌연 깨달았다.”고 고백하는 작가 신중덕은 “언제나 완전히 자유-해탈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다. 깨달음이 그를 자유로 이끌지 않았다면, 이는 인간이 결코 투명한 ‘의식’으로 환원되지 않는 불투명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살아있는 한 우리는 구조와 현상 사이에서, 원리와 사태 사이에서 끊임없이 서성일 것이다. <만화경>을 보며 사람(人)을 사이-존재(間)라 부르는 이유를 다시금 숙고하게 된다.
▶ 작가 프로필
신중덕 愼重悳
홍익대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서양화 전공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가
(2000/2001 프리맨풀펠로우쉽)
개인전 37회(서울, 대전, 북경, 파리, 이태리, 버몬트, 제네바, 터키, 연길 등)
2 인전 2회(1982 이효곤•신중덕 전, 2012 유근영•신중덕 전)
주요단체․기획전
2013 KIAF(코엑스, 서울)
2012 C.A.R(에쎈, 독일)
2012 KIAF(코엑스, 서울)
2011 KIAF(코엑스, 서울)
2011 한국화랑미술제(코엑스, 서울)
2010 Korean Art Show(뉴욕)
등 500여 회
현재 : 한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
주소 : 대전광역시 대덕구 한남로 70 한남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회화과
(Mobile) 010-5433-4728
E-mail : shinjd@h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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