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景-마음으로 읽는 그림’
‘心景-마음으로 읽는 그림’전은 풍경화를 통해 ‘그리기’라는 회화의 근본적인 문제의 일면을 생각해
보고자 하는 전시이다. 특히, 그림을 통해 살필 수 있는 작가의 심리적, 관념적, 미학적, 나아가 사회·문화적 시각과 관심, 그리고 그것들이
놓인 화면 속의 맥락이나 표현된 방식에 관한 측면에 주목해 보려는 것이다.
풍경화는 동서를 막론하고 그려진 곳의 자연과 환경을 담아내면서도
더불어 거기에 살던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반영해 왔다. 작가를 둘러싼 자연과 환경이 풍경화를 효과적으로 그리는 형식과 기법이 만들어지는 근간이
됐다고는 해도, 그것은 결국 대상을 바라보고 이해하여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의 정신이 매개되고 용융된 결과물인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풍경화가 회화의 한 장르이기 이전에 회화로서 회화 자체를 규정하고 지시하는 역할을 수반해 왔던 것도 그러한 연유일 것이다.
그것은 결국
그려지는 당대에, ‘그림(그리는 행위와 그린 결과물 모두)’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모색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관심을 가지고, 오늘날 우리의 풍경화가 존재하고 있는 여러 방식 가운데 네 작가의 풍경화가 지니는 의미의 공통된 기반과 가치, 혹은 서로 다른
언술의 방식과 구조,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둘러싼 문제들에 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참여작가들은 오늘날 우리 미술에서 내적/외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또다시 필연적으로 되짚어지고 있는 회화에 대한 근본 물음인 ‘그림’과 ‘그리기’란 과연 무엇이며 어떠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진지한 성찰과 실행을 보여 왔다. 전시된 작품들은 즉물적이거나 감성적인 측면의 강조가 우세한 통상의 풍경화와는 달리, 우리가
타자(他者)·사회·환경·자연과 같은 자기존재 바깥의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 대해 각기 매우 예민한 설정과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외부세계를 화폭으로 옮겨 재현하는 일을 계속해온 화가의 눈으로 이해하고 파악한, 틀에 박힌 생활에 무뎌진 우리의 의식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아와 세계, 삶과 시간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 이 그림들은 ‘그림’이라는 것이 단지 시각에 투영된 사물의 재현이나 그
방식만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세계에 대한 이해를 주체 중심의 이분법적 관점에 두지 않고 ‘그리기’를 매개로 세계의 일원으로서의
자아와 사물이 공존하고 있는 원리를 찾는 또 다른 기능을 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제 그림은 ‘나’와 ‘너’를 가르는 벽에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은 서로를 연결시키는 문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바로 그림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술은 대상을 (아름답고 그럴듯하게)재현하여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 작가는 물론 당대의 정신과 상황의 산물이라는 당연하지만
잊고 대하기 쉬운 그림의 의미들을, 네 작가의 풍경 속을 소요하면서 채집하고 길어 올려 음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화면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노니는 공간이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화면과 나 사이의 공간에 진동이 생기면서 언젠가 가본 듯한 풍경에, 언젠가 조우했던 상황에
다시 맞닥뜨리고 있다는 느낌으로 불안한 긴장이 생겨난다. 왜일까 … 이러한 기시감(旣視感)은 자신이 맺어온 세계와의 관계가 불완전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여기는 잠재의식에 축적되어온 불안, 좌절, 두려움 등의 정서가 환기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 혹은 그것은 나와 외계를
파악하던 완고한 습관의 시각이 흐물흐물 흘러내리는 데서 오는 불안일 수도 있다.”
박정구(갤러리이안 큐레이터)
[ 김 진 원 ]
비행 A Flight, 2005,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30x130cm
맨드라미 Cockscomb, 2006,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227x182cm
[ 유 근 택 ]
풍경-한낮의 놀이터 A Scene-A Playground in the Middle of a Day, 2004, 한지에 수묵.호분 India Ink and Gofun on Korean Paper, 148x106cm
수평적 이사 5 Leaner Move 5, 2004, 종이에 수묵채색 Color.Indian Ink on Korean Paper, 147x155cm
[ 임 동 식 ]
되돌아올 나루 The Ferry to Return, 2002-3.2006,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96.8x130cm
요약된 풍경-상자 1 The Condensed Scenery-Box 1, 1999.2006, 천 위에 유채 Oil on Cloth, 74x104cm
[ 최 진 욱 ]
카프카적으로, Kafkaesquely, 2006,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97x130cm
자기만족에 빠진 그림 A Painting with Conceit, 2005,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73x91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