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어느 날 싸늘한 물고기를 보았다. 죽음안에 덩그러니 박제되어 더 이상 갈 곳 없어 보였던 물고기는 죽음보다 차가운 곳을 향해 있었다. 얼음 밑 물고기의 눈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던가. 나는 무엇을 생각했던가.
먼 거리를 운전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무엇을 보며 운전했던가. 어떻게 목적지까지 올 수 있었던가. 기억이 없으면 내가 마주한 것들은 없던 것이 되고 마는 것인가. 시간과 기억이 연결되지 않는 공백에 서서 생각했다.
생각을 표현했다. 본 것을 생각했다
[Artist Essay]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본다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공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보았다 말하는 것은 그것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억에 남은 것만이 내가 본 것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기시감, 미시감을 느끼는 일상에서 기억에 의존해서 무엇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인지 단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은 기억에 있는 것들 뿐이기 때문에 기억에 있는 것만이 우리가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다라는 것은 단순히 피사체가 망막에 맺힌 것에 한정되어 사용될 수 있는 동사는 아닐 것입니다. 본다라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해는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고, 결국 각자는 자신만의 특별한 개인의 기억을 가지게 됩니다. 내가 본 것이 네가 본 것과 같지만 다른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나의 기억은 나만의 고유한 기억이 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습관, 교육, 전통, 환경 등 나를 구성하는 바탕선을 뛰어 넘어 무엇인가 보는 일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해 봅니다.
우리는 사회를 이루고 살아갑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상호적이든 일방적이든 끊임없이 힘을 교환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본다라는 것은 나의 눈으로 보고 있지만 여러가지 눈이 동시에 보고 있는 사건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개인에게 있어서 본다라는 것은 실제로 무엇을 보았다라기보다는 내 앞에 설치된 수많은 필터를 통과해 내게 도달된 정보만 인식하는 경험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다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한 것들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표현한 것들을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