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갤러리이안 예술가지원 프로젝트
선정 작가 지원展
아무 쓸모
김지용 展
본 전시는 2016 갤러리이안 예술가지원프로젝트에서 선정된 5명의 전시 작가 중 세 번째 전시로 김지용의 전시이다. 작가는 그의 작가적 삶을, 인간으로서 느끼는 그 비애를, 그 고달픔을 '노동성'이 강조된 작품을 통해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관객이 보기에는 아무 의미없이 기계적으로 박혀있는 못들의 행진이지만, 작가는 그 못을 박는 행위를 통해서 그의 시간, 그의 삶, 그의 고뇌를 한번 한번 되새기고, 되새기기를 반복하며 몰두한다. 그 몰두는 어찌보면 작가의 내면으로 더 깊숙히 숨는 행위로 보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작가를 둘러싼 외부의 환경과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속내를 애써 감추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애씀을 오브제로 형상화하고 그 오브제를 전시장에 설치하여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소박한 작가적 바람일 수도 있다. 본 전시는 작가의 '노동성'이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그 노동성이 단순히 물리적 힘을 표현하고자 함이 아니라 관객에게 이해받고, 또 이해하길 바라는 '소통성'으로의 전이(轉移)를 경험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전시개요
1. 전시일정 : 2017. 5.17 ~ 5.30
2. 전시장소 : 갤러리이안 (대전 중구 대종로468 이안과병원 1층)
3. 전시부문 : 회화, 설치
4. 작 가 : 김지용
5. 후 원 : 이안과병원
* 전시 오프닝 행사는 없습니다.
* 전시문의 : 042.220.5959 www.galleryyian.com
[작가 노트]
신이 있다면 왜 세상은 이리 슬픈가
세상의 모든 눈물이 검은 강이 되어 흘러가네
왜 누군가 울어야만 하나
그 고통에 어떤 의미가 있나
의미 없이 반복적인 노동과 고난 가운데 꿈꾸는 바보들을 위한 나의 쓸모는
참 쓸쓸한 일인 걸
서른다섯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비워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스란히 반복하며
때로 다 버리고 다 털어버리고 다 지우고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하고 싶다
간절히 원하는 건 이뤄진다고 이룬 이들은 웃으며 말하네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이건 꿈인데...
[작품 평론]
스스로 노동집약적 행위에 만족을 느끼기 위한 것인지, 그의 작업에는 현대사회에서 구태여 인간이 도맡아 하지 않아도 되는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고된 노동이 자리잡고 있다. 자작나무에 셀 수 없이 많은 나사못이 일렬로 줄지어 박혀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인간의 노동력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간결하여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 오랜 시간 공들여 제작된 <불편하고 편하기>(2015)시리즈는 최소 6개월 가량의 시간과 수작업의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처음 작업을 마주하였을 때 드는 생각이 ‘기계적이다’라는 것에서 쓴웃음을 자아낸다.
어느새 인간의 노동에 ‘기계적’이라는 말이 칭찬처럼 된 것일까? 그만큼 정갈하고 정교한 결과물을 얻기까지의 시간과 숙련된 기술이 되려 인간성을 배제한 결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김지용의 작업은 기계처럼 차갑지만은 않다. 짙은 나사못의 일렁이는 그림자는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이 다가온다. 그리고 빼곡하게 박혀있는 나사못 사이에서 하나씩 비어있는 공백을 발견할 때, 이 빈 칸은 애써 의미화를 시도하기 보다 그저 띄어쓰기처럼 숨 돌릴 공간 같이 느껴진다. 과장된 시도나 기만적 행위 없이 말이다.
그러나 과거의 작업들은 형식상 사뭇 다르다. <완전한 상상>(2013)이나 <머리 숙이는 문>(2015)과 같이 자연을 재료로 하고, 주변 나무와 풍경을 가벽 삼아 설치하던 작가에게는 ‘내 것’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소장하거나 소유하는 일 없이 일시적으로 빌려온 상태를 삶에 견주어 대답하는 태도와 함께 이전의 작업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사라졌다. 이렇게 일시적인 야외설치조각을 위주로 작업하던 작가가 이전과 달리 노동집약적 작업으로의 시도는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 남겨진다는 단편적인 차이점보다, 잇따른 주변 환경의 변화와 삶과 작업을 엮는 태도에서 질문의 방향을 조금 더 내면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불편하고 편하기>는 점점 더 편리해지는 이 세상에서,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 맺기와 같은 근본적인 것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자신에 대한 임시방편으로서의 해결책이자 되짚어 봄이다.
다시 말해, 시간과 노동력을 응집한 <불편하고 편하기>는 긴 시간 고민한 흔적들의 결과로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를 담아낸 행위의 집결체인 것이다. 스스로 고되고 힘든 방식을 택하여 불편함을 자처하는 행위들은 나무 판 위에 나사못을 일정한 간격과 높이로 하나씩 돌려 박는 것으로 치환되었다. 이는 점점 더 세밀하고 예민한 기술을 요하는 방식까지 나아가, 결국 <NO.2983-h>(2015)에서는 못을 비스듬히 비껴 박는 행위를 통해 가장 증폭되어 나타났다. 작가는 이러한 행위들을 ‘불편한 시간들을 스스로 다스리는 과정’이라 표현하며 삶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또한 <NO.W257-j>(2015)나 <NO.383-o>와 같이 발라드가 가장 성행했던 90년대를 스쳐 지나간 과거의 대중가요 가사들과 서정시의 일부를 덧씌운 작업에서는 조금 더 여유 있는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불황 일수록 댄스 곡이 유행하는 반면, 경제가 안정적일 수록 사람들이 발라드를 많이 듣는다는 통계는 90년대를 회상하기에 더욱 아름답게 보여준다.
200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세대 담론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88만원 세대’부터 ‘삼포 세대’, ‘이케아 세대’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청년층을 형용하는 신조어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긍정적인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불안한 곳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비슷한 이야기로 일본에서는 이를 ‘깨달음, 득도’라는 의미의 ‘사토리さとり 세대’라고 부른다. 장기 불황 속에서 성장하여 특징이랍시고 내세워진 것이 낮은 임금과 포기, 쉽게 교체 가능하고 대량 생산되는 수입 가구에 비춰지는 세대. 작가는 자신이 그 중에 하나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위에서 치이고, 아래서 받히며 중간에 끼어 오갈 곳을 잃은’ 위치라는 것을 담백하게 인정한다. 스스로 이러한 불안한 상황을 관조하는 의미로서 오히려 불편함을 감수하고, 더욱 편리해지는 세상에 대해 ‘쓸모 있는 것’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는 동시에 늘 제자리에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되찾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편적 옆면들>(2016)과 <세 개의 빨간 점>(2016)은 이와 연장선에 놓여져 있다. 무용한 가치와 이미 사라진 기회, 김지용의 작업은 양면적이다. 언뜻 체념한 것처럼 보이지만 비관적이지는 않다. 결국 어느 쪽으로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립된 상황을 문으로 보여주는 <미시오, 당기시오>(2016) 역시 마찬가지이다. 안쪽에서 세어 나오는 애매한 빛이 누구라도 문고리를 잡고 제목 그대로 밀고 닫게 만들지만, 예상 했듯이 늘 제자리걸음이다.
김지용은 막연한 불안함의 반증으로서 무의미한 노동, 그 중에서도 대체 가능하여 불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을 자처한다. 그리고 관객을 향하여 차분하게 자신의 역할과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되묻는다. 이것은 작가가 스스로에게 읊조리는 ‘쓸모 있는 것’에 대한 중얼거림이다.
완전한 것에 대한 열망은 늘 불완전한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때때로 삶의 원동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업은 비관적이지 않다. 다만 삶과 죽음의 거대 서사에서 살짝 비껴나, 미지근한 온도를 맞추는 것. 균형은 그 곳에서 생겨난다. 스스로 '중간을 유지하며 산다'는 김지용의 작업은 소리 소문 없이 움직이고 사소하지만 단단하다.
이슬비(mistymisty.rain@gmail.com)
[작가 프로필]
김 지 용 Kim Ji Yong
개인전
2017 2016 갤러리이안 예술가지원 선정작가展 - ‘아무 쓸모’ (갤러리이안 / 대전)
2016 ‘비로소 불편하고 편하고’전 (스페이스선+ / 서울)
2011 '즉흥‘전 (화봉갤러리 / 서울)
2011 ‘김지용’전 (덕린갤러리 / 대전)
그룹전
2017 ‘그림자,또다른나’전 (레인보우큐브갤러리 / 서울)
2016 ‘이야기공장’야외설치그룹마감뉴스전 (파주시광탄면폐공장 / 파주)
‘인동창고12호아트마켓’ (인동창고 / 대전)
‘강원환경설치미술청년작가’전 (백락사 / 홍천)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 여수)
‘만보객의서울유랑’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 서울)
‘M group’전 (대전예술가의집 / 대전)
2015 ‘떠돈다는것,흐른다는것’야외설치그룹마감뉴스전 (오대산국립공원 / 평창)
2014 ‘섬놀이’야외설치그룹마감뉴스초대전 (아트창고 / 제주)
‘시스룸’전 (시민청갤러리 / 서울)
2013 ‘목원조각회’전 (관저문예회관 / 대전)
‘국제자연미술초대작가’전 (야투자연미술의집 / 공주)
‘유목민의정원’야외설치그룹마감뉴스초대전 (순천국제정원박람회장 / 순천)
2012 ‘목원조각회’전 (평송갤러리 / 대전)
‘길에게묻다’야외설치그룹마감뉴스20주년기념초대전 (알바로시자홀 / 안양)
‘대전조각가협회’전 (대전시청 / 대전)
‘이그나우’전 (대전시청 / 대전)
‘다시추상이다’전 (스페이스K / 과천)
‘안과밖’오공간전 (초록나무갤러리 / 대전)
2011 ‘VIDANGIL 한국현대작가30인’전 (Don gallery / 밀라노 이태리)
‘목원조각회’전 (KBS방송국 / 대전)
‘열린미술관전 (정부청사갤러리 / 대전)
‘대전청년조각회’전 (아트존갤러리 / 대전)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동문’전 (KBS방송국 / 대전)
‘오공간’초대전 (갤러리아이 / 서울)
‘대전조각가협회’전 (아트존갤러리 / 대전)
‘영아티스트’초대전 (LH아트갤러리 / 대전)
‘신진작가 아트페스티발’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 / 서울)
2010 ‘조각예찬’전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 / 서울)
‘동행’전 (KBS대전총국 / 대전)
‘부천무형문화엑스포 공동조형작품’전 (부천)
‘대전조각가협회’전 (대전광역시청 2층전시실 / 대전)
‘설봉열린조각’전 (이천시립월전미술관 / 이천)
‘대전청년조각회’전 (파렌하이트 갤러리 / 대전)
2009 ‘목원조각회’전 (인사아트센터 / 서울, 파렌하이트 갤러리 / 대전)
‘DMC 아트펜스’프로젝트 (상암동 / 서울)
‘꿈을향한도움닫기’전 (충남예술고교 / 천안)
2008 ‘목원조각회’전 (KBS방송국 / 대전)
‘공간의탐험가들’전 (Soul gallery / 베이징 중국)
레지던시
2013 ‘야투국제자연미술’ 레지던시 (공주)
학력
목원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평화로594번길 34
홈페이지: http://www.jiyongk.com
이메일: jiyong24h@gmail.com
연락처: 010-5424-0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