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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연말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분주해지는 요즘. 잠시라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대흥동 골목 따라 이어지는 20여개의 크고 작은 원도심 갤러리를 주목해 보자. 다양한 작품에게 말 걸기 좋은 때이다.

  
 

뚝심있게 지켜온 15년의 역사, 이공 갤러리

'비움으로써' 라는 뜻을 가진 이공(以空)갤러리는 1999년 개관한 이래 현재까지 500회의 전시를 열어온 지역 화랑이다. 대흥동의 좋았던 시절부터 침체기까지, 원도심의 역사와 함께 했으니 지역문화예술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형원 대표는 “제가 이곳에 터를 잡을 때만 해도 예술인들이 많이 살았어요. 저의 학창시절 추억이 있는 골목이기도 하고요. 동네가 지금보다 한적하고 차분해서 화랑을 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관 기념전은 13명의 작가들이 릴레이 전시를 했는데요. 당시 김동유 작가의 작품-두 개의 얼굴이 공개됐어요. 유명인의 얼굴을 이중적인 방식으로 담아내서 스타 작가가 된 그의 초기작품이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이후 지역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서 기획전과 초대전 등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라고 회상했다.
 

  
 

미술 애호가에서 갤러리 운영자로 나선 그는 이공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해 왔다.
성공만을 쫓는 전시보다는 자기만의 독특한 미술양식을 가지고 내면이나 세상 이야기를 진실하게 담아내는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좋았다고. 그렇게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문을 닫은 갤러리들도 있고 원도심의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한 때 위기감도 느꼈지만 작가들과 소통하며 느끼는 풍요함 때문에 돌아설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작가들과는 무언의 약속, 신뢰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 전시가 아니더라도 저희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찾아와서 축하해주고 서로의 세계를 이해해주는 문화가 좋은 거죠. 이럴 때 갤러리 운영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기억에 남는 전시를 묻자 <상생과 명상展>을 꼽았다. 한국과 해외작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진 국제전으로 지역의 경계를 넘어 타민족 타문화에 대한 관심을 풀어낸 굵직한 전시다. “당시 주된 장르가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은 즉각적이면서 때로는 관람자들을 명상으로 유인할 수 있거든요. 사진을 통해 환경보존 운동에 대한 시대적 담론을 유추할 수도 있고 환경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해 나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2009년 6월에는 이공갤러리 개관 10주년을 맞아 <10人10色10角-재현에 대한 재현 展>을 개최했다. 오랫동안 지역 미술문화의 산실 역할을 해왔지만 동시에 부족하고 아쉬운 점들도 많았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을 하는 의미있는 전시였다고.

지난해 열린 <당대의 어법전>에서는 9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동시대미술의 흐름과 경향을 쉽고 간명하게 읽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를 설명하는 내내 반짝이는 그의 눈빛에서 백인백색(百人百色)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한 열정과 노력이 느껴졌다.

“가을, 겨울은 문화생산이 왕성한 시기입니다. 연말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서 갤러리 방문하기에 좋은 때라고 생각되거든요. 사실 서울만 가 봐도 중학생들이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 지역에서는 갤러리 문턱을 높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술은 이해 되는대로 감상하면 되거든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새롭고 신선한 문화와 예술을 꿈꾸며, 원도심갤러리협의회(Culture Cool Art)

지난 14일, 대흥동 은행나무길에서 예술마당이 열렸다. 시민들에게 원도심 갤러리들을 소개하고 작가들과 함께하는 미술체험, 작품판매 등 다양하고 풍성한 볼거리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원도심갤러리협의회는 새롭고 신선한 문화와 예술을 꿈꾸자는 의미로 대전 중구 대흥동과 은행동에 위치한 16개의 갤러리들이 힘을 모아 구성한 조직이다. 침체된 미술시장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서 갤러리들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전형원 이공갤러리 대표가 회장으로 추대됐고 황재경 갤러리 이안 대표가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 회장은 “지난 8월에 원도심갤러리협의회 출범식을 가졌는데요. 이를 계기로 갤러리들 사이의 교류와 소통을 위한 창구를 마련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원도심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문화예술의 향기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많거든요. 특유의 문화가 살아있습니다. 갤러리가 그 중심에 있죠. 하지만 원도심에 투입되는 예산이 건설이나 토목 등에 편중돼 있어서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전시문화가 많이 위축된 것도 큰 부담이 됐다고. 원도심갤러리협의회의 출범이 지역 미술시장의 돌파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질 수 밖에 없다.

황 부회장은 “원도심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의외로 많은 갤러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도심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었거든요. 서로 닮은 듯 다른 갤러리를 여행하듯이 다니다 보면 특별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협의회에서도 갤러리들의 공동전시나 야외 예술마당 등을 통해서 시민들과 더 자주,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원도심 갤러리 투어 순서는 1)대전창작센터 2)갤러리 이안 3)우연갤러리 4)이공갤러리 5)갤러리 카페 봄 6)대전갤러리 7)정명희미술관 8)쌍리갤러리 9)예술공간 정 갤러리 10)문화공간 주차 11)대전현대갤러리 12)갤러리 라 노마드 13)아트 스페이스 장 14)갤러리 마고 15)갤러리 제이 16)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순서대로 찾아 즐기면 된다.

  
 

다목적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갤러리 이안

갤러리 이안은 2006년 개관기념전 <꽃을 피우다>를 통해 첫걸음을 시작했다.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정신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공간으로 지역 미술계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희망의 꽃을 피운 것이다.

황재경 대표는 “내년에 저희 갤러리가 1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현대인들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 왔습니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갤러리 이안은 다목적 문화공간을 지향하며 상설 전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을 추진해 왔다. 특히 어린이의 예술적 잠재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개설된 <어린이문화마당>은 어린이와 학부모 모두에게 반응이 좋다고.

“어린이들은 미래 우리 문화의 주체잖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문화예술을 접하는 것이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현장학습이나 표현활동을 통해서 멋진 성과물도 만들어 내고 자신들의 전시를 만들다 보면 새로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거든요. 모든 어린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의 기회가 동등하게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펼친 어린이 작품전 <예술의 물꼬를 트다>의 경우, 2007년 사회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갤러리 이안이 지원한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재정 작가전이 열리고 있었다. 해마다 각종 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예술가들에게 전시와 공연의 기회를 지원함으로서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예술가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어요. 작가들이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야 미술계도 발전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됐고 올해도 작가 선정을 마쳤습니다.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은 내년 상반기에 전시가 될 겁니다.”

김진욱 작가는 “예술가로 사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지원을 받게 되면서 작품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작가들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즈음에 개최되는 <joyful 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전시로 작품가격을 50만원 미만으로 책정해 구매자의 부담은 낮추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고.

“조이풀 전의 주제는 나눔 전시회입니다. 그동안 작품구매에 대해서 부담스러웠던 분들도 소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또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시점에서 감사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이런 교류를 통해서 지역미술계도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갤러리에 어려운 작품만 걸려 있을 줄 알았는데,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일단 문턱을 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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